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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로드」, "이럴 땐 어떤 감상을 써야할지 모르겠어" <감상>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에서는 관객들을 향해 “인생, 즐거운가?”라고 묻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17년차 에바 칠드런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떠납니다.(그래, 우리는 ‘에바 덕후’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Q」의 개봉에 맞춰 열린 이벤트, 이른바 전 세계 일주 스탬프 랠리에 참가한 이들은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 4개국을 돌아다니며 정말로 스탬프를 모았고, 이런저런 고생 끝에 세계에서 유이한 완주자가 됩니다.
 「에바로드」는 이 여정을 찍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에바덕후의 한 사람으로서 예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결국엔 극장에서 내리고 난 다음에야 이렇게 인터넷으로 보게 됐군요.

 이들의 여정을 보면서 저는 얼마 전 오사카 여행을 갔을 때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근처에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메이션 배경지가 된 마을이 있더군요. 2박 3일 일정이었지만 꼭 가고 싶어서 가는 방법을 조사하고 지도까지 뽑아놨는데, 결국 시간이 부족해 가질 못했습니다. 대신이라기엔 뭣하지만 오사카에 있는 오타로드를 한 시간 남짓 돌아다녔죠.(돈이 부족해 지르지는 못했습니다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동행자에게 이 말을 하니, “어휴, 안 가길 잘했다. 아무 의미도 없는 걸 괜히 따라다닐 뻔 했네.”라고 하더군요.
 저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반론을 억지로 갈무리 하고 좌석에 등을 기댔습니다.

씨바, 우리가 바로
호모 루덴스다!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제가 할 뻔 했던 성지순례도 그렇고, 대부분 오타쿠들이 벌이는 일이라는 게 무익하기 짝이 없고 무의미하기 유래가 없는 것들입니다. 그야말로 사회의 ‘잉여’죠.
 그러나 다시 또 생각해보면 세상만사 그렇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만화 「미생」에 인용된 바둑기사 조치훈의 “그래봤자 바둑. 그래도 바둑.”이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 이유가 뭘까요? 이것이 오타쿠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불안감이기 때문이라고 저는 짐작해봅니다. “그래봤자 X. 그래도 X.” 여기서 X의 자리에는 ‘일반인’들이 손쉽게 먹잇감으로 삼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비롯한 각종 서브컬쳐가 들어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네들의 ‘일’이 들어갈 수도 있고, ‘직업’이 들어갈 수도 있으며, 어떤 고상한 고급문화가 들어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죠. 혹은 더 나아가 여기에는 어떤 거대한 ‘사회’나 한 인간의 ‘인생’이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칼 세이건은 본인의 저서 「희미한 푸른 점」에서 태양계를 벗어나 돌아보면 고작해야 희미한 점에 불과한 지구의 한 귀퉁이를 놓고 아웅다웅 이합집산 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죠. 여기서 칼 세이건은 X의 자리에 온갖 것을 거침없이 집어넣어 버립니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들부터, 모든 위대한 지도자와 창조자들, 모든 이데올로기와 국가까지, 종으로 횡으로 추한 것과 아름다운 것을 가리지 않고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그래봤자 X”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곧이어 이어지는 말. “그래도 그 점”은 “우리의 집,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것, 지구.”

 「에바로드」라는 덕질 다큐멘터리 감상을 쓰면서 조금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버린 듯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따지고 보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주제와도 직결되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 있어도 돼?”라고 묻는 신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제나 “(무언)”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대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은, 그 대답은 타인이 줄 수 없는 것이며 언제나 자기 자신이 찾아내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타쿠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힘겹게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의 무의미함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죠.
 “그래봤자”와 “그래도” 사이에서 흔들리며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나갑니다. 고쳐 말해, 인생은 언제나 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흔들리며 대개는 체념(가끔은 기투)과 함께, 우리는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무의미한 인생에서 조금쯤 (비록 부끄러워서 손을 부들부들 떨지라도) 무익한 ‘재미’를 찾아보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어쨌거나, 세상에 재미는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

인디플러그에서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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